2015년 6월 25일

결과인가 과정인가

작성일 : 2015-06-23

결과인가 과정인가

별 강점이 없어 보이는 기업들이 시대의 조류를 잘 탔다는 시기어린 질투를 받으며 특정 분야의 리더로 떠오르는 와중에 또 다른 기업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무너져 간다. 잘 되는 이유도 가지가지겠지만, 잘못되는 이유도 가지가지이다.
잘못되는 기업의 이유를 짚어보면 기본적인 경영자의 잘못이나 취약한 중소기업의 구조 때문이라는 것이 일관된 이유겠지만, 생각지도 못한 사이에 생각지도 못한 이유로 오랫동안 영위한 기업조차 한 번에 문 닫을 수 있는 위기상황을 맞게 될 수 있다.

몇 주 전 중동지역에서 발생한 메르스 코로나 바이러스(MERS-CoV)라는 것이 국내로 유입되어 국내 의료분야 뿐만 아니라 사회, 경제, 교육 등 여러 분야를 강타하고 있다. 별 관련 없어 보이는 ICT 분야에서도 B2C의 컨슈머 제품군 시장이 얼어붙어 이미 큰 타격을 입었고, B2B 시장도 여러 가지 연관된 이유로 영향을 받고 있다. 특히 주로 컨슈머 제품을 유통하는 회사들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한다.
이로 인해 관련 부품생산 및 조립회사들도 커다란 위기를 겪고 있고, 관련 SW 개발 기업들도 그 영향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메르스 사태가 몇 달 내 수습된다 하더라도, 이것이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나비효과’가 되어 위기를 넘기지 못하는 기업들도 몇몇 생길 것이다.

반면, 최근 IoT와 클라우드 컴퓨팅, 빅 데이터 등이 화두가 되면서 카메라나 센서 모듈을 생산하던 기업들, 클라우드 또는 빅 데이터 서비스 회사들이 떠오르는 것을 본다. 그러나 획기적인 매출의 변화나 관련 기술의 우수성 때문이라기 보다는 가능성을 고려한 미래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그나마 합리적일 것 같다. 그런데 이 봄날 같은 상황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이러한 현상을 보고 있자면, 먼 과거까지 갈 것 없이, 겨우 몇년 전 SSD(Solid State Disk)가 뜨니까 미국에서 많은 VC 들이 관련 회사에 투자한다고 난리치고, 관련 스토리지 제품들도 우후죽순 나왔던 것을 기억하게 한다. 그렇게 뜬 SSD 회사들 또한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관련된 솔루션의 부족과 시장의 미성숙이 그 원인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 분야가 필요하고 뜬다고 하니 돈이 몰리고, 발 빠른 아이디어 맨들이 회사 창업에 열을 올렸을 것이다. 그것도 큰 돈 받기 좋은 HW 회사로 집중해서. 우리 식으로 표현하면 일명 ‘SSD 기반 초고속 스토리지 게이트웨이’ 식으로 말이다.

대규모 투자가 여기저기서 일어나고 우수한 인재들이 몰리고, VC들이 난리쳤을 것이다. 그래서 짧은 시간에 많은 관련 제품들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시장 선도를 위한 대규모 마케팅이 글로벌하게 진행되었다. 그러나 그 장점을 잘 살려줄 수 있는 관련 시스템 SW 솔루션이나 응용 서비스 제품은 그 만큼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더군다가, 아직도 제품 가격은 일반 고객이 구매를 결심하기엔 턱없이 비싼 상황이고, 시장에 확산되기에는 시간이 필요할 듯 보인다.

​이러한 경우들을 보고 있자면, ‘기업은 과연 결과에 승부를 걸어야 하는가, 과정에 충실해야 하는가?’ 하는, 모순되면서도 어리석은 질문을 스스로 던지며 고민에 빠지게 된다. ‘기업은 결과로 평가 받는다’라는 말을 습관적으로 들어왔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매년 이익을 얼마 냈다든가, 코스닥에 상장했다든가, 아니면 큰 손실로 인해 회사를 접었다든가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런데 파산해서 기업을 끝장낸 경우가 아닌 바에야 기업에는 항상 다음 회기년도가 존재하고, 다음 해에는 또 다른 결산이라는 평가가 기다리고 있다. 이를 보면 기업이 영위되는 한, 최종 결과는 없고 지속적인 중간 결산, 또는 중간 과정 중의 한 정점에 대한 부분 결산만이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그러기에 기업 행위는 디지털이 아닌 아날로그로 보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한다. 또한 경영 활동은 과정에 초점을 맞추어 목표를 설정하고, 다만 중간 중간에 결산이라는 이름의 쉼표를 붙이는 것이 맞지 않을까 한다. 그렇다면 어떤 위기 상황으로 내 기업이 접히는 상황(?)이 된다고 하더라도, 아니면 오랫동안 준비해 온 필살의 제품으로 기업이 큰 기회를 잡는 상황이 되더라도, 그것은 내 회사를 이런 저런 이유로 떠나는 종점에 이르기 전까지는 다만 쉼표일 뿐일 것이다. 나는 나대로 영속적인 기업의 중심 가치에 충실하고, 그 과정 중에 (동의하지 않는 용어이기는 하나) ‘운 좋은 상황’이나 ‘얼토당토 하지 않은 위기 상황’을 만나더라도, 그것은 가치의 축적 또는 상실일 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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