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 14일

경제환경 변혁기에 IT 방향성 전환을 생각하며

작성일 : 2009년 5월

경제환경 변혁기에 IT 방향성 전환을 생각하며

지금 우리는 정치, 경제적 환경에서뿐만 아니라, 사회 환경에서도 변혁기에 처해있어 구조조정과 혁신만이 살길이라고 외쳐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 처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다 혁신적인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기 보다는 비용절감과 역할 조정, 그리고 개혁이기 보다는 개선의 범주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만큼 우리네 사람들에게 있어 자신의 열정에 의한 자발적 시도가 아닌, 외부환경의 도전에 따라 순응하는 시도에는 어려움이 있나보다. 그런데 문제는 이때 적극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징조가 외형적으로 드러났다는 것은 내부적으로는 깊게 곪은 상처가 퍼져가고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 IT업계에서 느끼는 변혁기의 위기감은 날로 커지고 있다. 보통 1억 명 정도 인구이어야 자급자족이 되는 내수규모가 되는데 그 절반도 안되는 규모의 국내 내수시장이다. 그래서 수출로 생산제품의 판로를 확장해야 하는데, 현 국외시장들의 사정은 녹록치 않다. 제품생산을 위해 유지하는 주변국에서의 공장 비용은 환율변화에 따라 춤추고 있다. 게다가 현 정부에선 신성장 동력산업에 IT를 큰 축으로 보고 있지 않고, 그나마 IT분야도 여러 기존산업에 대한 포장재로 보고 있는 것 같다.

이때 우리 IT분야는 어떻게 방향성을 잡아야 할까?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난 20여 년간 정보통신강국을 외치며, 유무선 통신, 컴퓨터, 반도체, S/W, 게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막대한 투자가 이루어져 많은 결실도 맺었고, 값진 교훈도 얻었다. 그런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한번 방향성에 대해 생각해보아야 할 즈음에, 금융분야에서 촉발된 경제위기가 세계시장을 뒤흔들었고, 우리 내부적으론 정권교체로 인해 경제정책 입안자들의 축이 교체되었다. 그리고 이 변화의 축에서 여러 정책들이 새롭게 시도되느라 난리이고, 또한 한 쪽에선 시행착오들 때문에 눈이 혼란스럽다. 이때 우린 어떤 IT분야의 방향성 전환이 필요할까.

먼저 순수 IT에서 융합 IT로 가는 범위를 넓혀보자. 이제까지 IT분야 하면 순수 컴퓨터, 전자통신, 네트워크 분야에서의 HW와 SW이었다. 좀 더 범위를 넓힌다면 게임, 멀티미디어 컨텐츠 분야까지였다. 그런데 이제까지 수송관련 기계산업 군이라 일컬어졌던 자동차, 선박, 항공기 산업이 우리나라의 전체 산업의 커다란 한 축이 되어 있다. 자동차 산업에서 보면, 점차 전자/컴퓨터화된 시스템제어 및 모니터링, 엔터테인먼트 기능들이 차별화된 부가가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제는 최소한 ‘자동차는 전자기기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IT산업계는 여기서 한 방향으로의 새로운 축을 찾아보는 것이 어떨까. 이러한 수송산업 분야 뿐 만 아니라, 환경, 에너지, 바이오 분야에서도 IT기술이 단순히 비주얼에 치중한 보여주기 기술이 아니라, 각 분야의 차별화된 핵심가치를 높이는 부분이 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그래서, 전통적인 IT기술관심의 영역을 고집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각 분야의 산업과의 긴밀한 연계를 통해, 상호 융합된 기술개발에 관심을 가지고 방향을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IT분야에서도 과도하게 치우친 수출중심의 산업구조 틀에서, 내수시장 확대를 위한 과감한 중심이동이 필요하다. 이미 TV, 핸드폰, MP3 플레이어를 필두로, 인터넷 게임 등의 시장은 그 규모경제가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전자/컴퓨터 시스템 SW 및 HW 등의 분야 IT 중소기업 제품들은 아직도 국내 시장규모 틀 내에서 제자리 매김에 이르지 못했다. 그나마 이 분야의 국내 큰 고객들은 선진제품의 선호도가 높다. 금융, 정부기관의 시스템 구축 시 들어가 있는 제품군들이 그 실례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특성화된 버티칼 마켓(vertical market)의 창출과 확장에 초점을 맞추어 집중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성 없는 비슷비슷한 백화점식 제품군을 탈피해야 한다. 이로 인해 비록 한, 두 제품군만 갖더라도 선진제품에 대한 배타적 독점권을 가지면서 국내에서 새로운 내수시장을 만들고, 넓혀갈 수 있다면 수출지향적인 외부의존도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국내 스토리지시장의 지배자가 EMC이지만, 금융분야나 방송분야에서는 그렇게 되지 않을 수 있도록 말이다.

그리고 완제품 생산 중심에서 서비스, 기술특허 확보 중심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폭을 넓히는 것이 필요하다. 이제까지 우리는 제품을 개발하고, 생산하여, 보이는 유형의 제품에 초점을 맞춘 IT사업에 치중해 왔다. 그런데 비록 내 제품군이 없더라도 내가 개발하고 생산하는 제품이 아닌 보이지 않는 무형의 제품으로서, 서비스로서의 기술권리인 지적재산권 제품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초점을 확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내 유수한 이공계 대학교 연구진들이 많은 논문에 치중하고, 국가연구소 연구진들이 중장기 대형 프로젝트에 매달리는 현실에서, 산학연이 연계하여 가치 있는 특허권 확보에 보다 높은 점수를 주고, 지원을 아끼지 않는 식의 정책 전환을 통해서 말이다. 그렇게 된다면, 돌비(Dolby)나 어도비(Adobe), HDMI 등과 같은 ‘지적 특허권 제품’ – 생산시설이 필요 없는 무형의 제품에 대한 권리를 가지고 보다 확실한 무한 규모의 시장을 점유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토인비 박사가 말했듯이, 지금 우리에겐 냉혹한 도전이 다가오고 있다. 이에 대해 치열한 고민과 성찰을 통한 응전의 방향성을 제대로 잡을 수 있다면, 우린 살아남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발판삼아 새로운 발전의 기회를 잡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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