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9월 23일

기술 경영으로는 성공할 수 없을까?

작성일 : 2015-09-22

기술 개발을 통해 경쟁력 있는 기업을 영위하기가 어려운 현실이다. 그간 기술을 바탕으로 한 ICT 기업들이 참 많이도 무너졌다. 선진 ICT 기업들과 경쟁하겠다며, 자기 자금을 쏟아 넣고 여기저기서 투자받아 결기 있게 시작했건만, 흔히 말하는 상업성 부족, 차별성 결여에 적절한 목표 시장을 겨냥한 마케팅도 제대로 되지 않아 문 닫은 회사가 주변에 깔려 있다. 그래서 이제는 양 어깨에 감당 못할 부채만 가득 짊어진 ‘대표이사’만 자리를 지키고 있고, 그 바탕에서 성장하며 훈련된 엔지니어는 중견 기업에서 잘도 흡수해 가고 있을 뿐이다.

우리 ICT 경영자들은 기술 개발로 기업을 일굴 수 있을까? 아니 살아남아 견딜 수 있을까? 이렇게 넋두리만 하고 지내기에 우리 현실은 결코 녹록치 않고 여유도 없다. 그냥 그대로 있다가는 언제라도 무너지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ICT 경영자들은 기술 기업을 추구하는 기술 경영으로는 기업을 성공으로 이끌 수 없단 말인가? 비록 명쾌한 해답을 이야기 하기는 어렵지만, 기술 경영을 통해 기업이 자리매김 하기 위한 시사점들을 생각해 본다.

먼저 우리는 기업의 기술 개발을 반드시 단기적 제품화에 연결시키는 경향이 있다. 지난 16년 간 기술 기업을 추구하고 영위해가며, 피 같은 자금을 투자해 오고 있음에도 그 결과물로서 경쟁력 있는 제품 출시가 늦어지는 것에 항상 가슴 아파하는 경영자였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빈번하게 ‘제품화 되지 않는 기술은 개발하지 마라’는 볼멘소리 한 것을 부끄럽게 생각한다. 하지만 기술 경영은 중장기 로드맵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기술을 개발해 나가야 하는 것이고, 개발되는 기술을 기반으로 시장에서 통하는 제품을 기획하고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기업이 공공 연구소도 아니고, 이윤 추구를 목표로 하는 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하는 것 같은 마음이 한두 번 든 것도 아니지만, 기본적인 기술 경영의 기준을 이렇게 설정하고, 기술 기반 조직을 구축하고 역할을 분담하고 경영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기술 경영을 추구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좋은 엔지니어다. 특히 한 명의 우수 엔지니어가 10명의 몫을 감당하는 ICT 분야에서 기술 개발에 열정적인 엔지니어는 기업의 중요한 자산이다. 성공하는 기술 경영을 위해서는 먼 미래를 보며,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 회사의 이익을 고려할 줄 알면서도 기술 개발에 미친 엔지니어의 확보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능력 있는 많은 ICT 두뇌들이 대기업이나 연구소, 학교로 빠져나가는 것이 당연한 세태에 비추어 볼 때, 이는 매우 어려운 과제이다. 그러기에 그러한 두뇌 한 명, 한 명의 영입이 중요하듯, 단 한 명의 유출 또한 중소 ICT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

따라서 이들에게는 차별화된 대우와 더불어, 꿈을 공유하고자 소통하는 노력, 그리고 그에 걸 맞는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좋은 인재를 잘 키워서 대기업이나 중견 기업으로 유출했던 아픈 기억들이 있다. 그런데 그들이 이직하며 아쉬워 한 1순위는 결코 좋은 대우 때문이 아니었다. 꿈을 만들고 이루어갈 수 있는 환경이 약하다는 것이었다. 좀 더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고 함께 꿈을 만들어갈 기회를 공유하지 못한 것을 경영자로서 후회한다.

그리고 기술 개발이 엔지니어들만의 몫이 아니듯, 기술 경영이 경영자들만의 몫은 아니다. 기술 기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평가가 함께 이루어져야 100년 대계를 세우는 기술 기업들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기술 기업의 기술력을 판매되는 제품만으로 평가한다. 그 저변에 깔린 기술력을 바탕으로 그 일부분만이 또는 제품화 가능한 부분만이 제품으로 포장되어 세상의 빛을 볼 뿐인데 말이다. ‘빙산의 일각’처럼, 한 기업에서 제품으로 드러난 기술 이면에는 바탕을 깔며 드러나지 않은 기술 또한 그 규모가 클 뿐만 아니라, 기술 가치 또한 의미가 무시하지 못할 수준이다. 그런데 기업에 대해 평가할 때, 외형적인 매출 또는 순이익에 치우쳐 기업을 바라본다. 그나마 상장 과정을 치루는 경우라면, 다양한 평가 잣대를 들이대긴 하지만, 이 또한 그 회사가 보유한 기술력의 깊이나 그 기술의 ICT 분야에서의 영향력, 그리고 그 기술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온전하게 담고 있지 못하다. 이에 평가 당사자들도 기업의 기술 개발 분야에 대해 전문성이 떨어지거나, 이해도 측면에서는 거리가 있는 회계 담당자이거나 학계 인력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들 현재의 시사점을 비롯한 그 무엇보다 내 기업의 엔지니어들이 개발하는 기술의 가치를 인정하고, 그 기술을 기반으로 기업을 성공으로 이끌겠다는 기술 경영인의 기본 정신이 시급하다. 어떻게든 빨리 대충 개발해서 제품만 만들면 좋겠다는 조급증과 내 기술 제품의 수준이 떨어지는 것을 숨기기 위해 편법을 마다 않는 상술, 그리고 우리 엔지니어를 내가 월급 주는 일꾼으로만 인식하는 경박함을 내가 뛰어넘지 못하는 한, 기술 가치에 대해 공감 가득한 그 어느 사회에서도, 회사를 믿고 날밤 지새우는 그 좋은 개발자가 가득해도, 백년을 바라볼 수 있는 기술 로드맵이 준비되어 있어도 우리는 결코 기술 경영으로 성공할 수 없다.

기술 경영인으로 어깨가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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