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25일

어둔 밤을 헤치고 가는 R&D 벤처에게 고함

작성일자 : 2015-03-23

어둔 밤을 헤치고 가는 R&D 벤처에게 고함

적은 자본에 좋은 아이디어와 꿈 만으로 성공하기가 더더욱 어려워진 요즘이다. 사회에서 빈부 격차가 커지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산업계 또한 빈익빈 부익부의 환경이 되고 있다. 많은 자금을 투여할 수 있어야 좋은 인력을 확보할 수 있고 전망 좋은 사업 모델을 만들 수 있으며, 위험부담 또한 줄일 수 있다. 그래서 꿈과 패기만 가진 젊은이들에게 창업하라고 독려하는 것을 볼라치면, 왠지 어린 꿈나무들을 사지로 모는 것 같아 씁쓸하다.

작년 한 해, 우리 R&D 벤처들에게는 추운 한파가 몰아진 시간이었다. 기술 개발 중심의 ICT 기업들이 여럿 문을 닫았고, 여기저기 만나는 경영자들마다 사업실적이 반 토막 났다고 야단이다. 적당한 수준의 기술로는 제품마다 실패하기 쉽상이고, 2등 제품으로는 명함도 내밀기 어려워지고 있다. 1등만이 독식하고 있고, 그 1등이 되기 위해서는 기술과 마케팅 그리고 자금력 등 모든 부분에 있어 빈틈이 있어서는 안된다.

그런데 우리 R&D 벤처의 상황은 어떤가. 어렵사리 채용해 쓸만한 개발자로 키워볼라치면, 3년을 넘기지 못하고 더 나은 대우의 중견기업, 대기업으로 도망친다. 영업팀은 개발팀 기술이 경쟁력이 없다고 야단이고, 개발팀은 개발시간이 짧다고, 인력이 부족하다고 야단이다. 그러는 사이 글로벌 ICT 제품은 우리 시장에서 ‘갑’ 행세를 하며 위용을 떨친다.

그렇다고 탄탄한 국내 시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우리 제품만 구매해 주는 애국적인 충성 고객군도 미미한 이 나라에서 우리 R&D 벤처들은 어떻게 기업을 일구어 나갈 수 있을까? 참으로 어려운 상황들의 연속이다. 기나긴 밤을 지내며, 어둔 밤을 헤쳐 나가기 위해 우리 R&D 벤처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한다. 개발기업을 위한 여러 R&D 지원 프로그램이 가뭄에 단비가 될 수 있다. 또 대기업의 하부 채널로 유지보수 서비스를 해주고 인건비를 받는다면 이도 마다해서는 안 된다. 어떻게 하든 유지할 수 있는 수입의 원천을 확보해야 한다. 정당한 노동의 대가인데 그 무엇이 부끄럽겠는가?

다만, 이러한 생존 수단이 마약이 되어서는 안된다. 어려움에 처한 많은 R&D 기업들이 이런 저런 이유로 고정 수입이 되는 마약에 취해 주저앉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를 피하려면 ‘이것은 단기 처방일 뿐’이라고 되뇌는 입술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또한 지금의 생명줄인 대기업을 믿지 말고, 정부 지원책에 목숨 걸지도 말아야 한다. 그들은 ‘정책적 판단’이라는 미명 하에 언제든지 조변석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능하면 날품팔이가 나을 수 있다. 용역을 하든, 서비스업을 하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자신의 능력에 의한 수입을 창출하고 하나의 회사로 살아남아야 한다.

그런데 그렇게 간신히 살아남기만 하란 말인가? 죽지 못해 사는 삶이 의미 없듯이, 좀비 벤처로서의 생존은 의미 없다. 살아남긴 하되 다음을 준비할 수 있는 핵심 R&D 인력의 유지는 최소한의 필수 조건이자 히든 카드이다. 그러면서 이들에게 살아남는 것이 얼마나 힘겨운 과정인가는 보여주되, 훈련시키고 기다리며 그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유지해 주어야 한다. 어렵더라도 가장 먼저 대우해 주고 미래를 준비하는 기업임을 보여주어야 한다. 기업도 결국은 사람이다. 현재 얼만큼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고, 어떤 기술의 어느 제품군을 가지고 있느냐가 기업의 가치가 아니라, 어떤 핵심 인력들이 어떤 계획을 가지고 성장하고 있느냐가 그 기업의 진정한 값어치다.

그러나 간신히 살아남아 있으면서, 핵심 R&D 인력들이 잘 성장하는 것 또한 쉬운 이야기는 아니다. 따라서 이들이 향후 미래를 기대할 수 있도록, 또한 R&D 기업만이 가능한 ‘개발 제품의 성공’이라는 꿈을 절대로 접지 말아야 한다. 현재 부족함이 있더라도 피드백을 반영하여 기술을 개선하고 좋은 핵심 인재를 양성하며 치열한 로드맵을 유지하면, 무엇이 문제였고 우리에게 가능한 대안이 어떤 것인지 와 닿게 된다. 여기에 반전의 기회가 있다. 최소한 한 번은 있다. 이 순간을 기다리며 좌절하지 않고 그 날을 향해 준비하는 기업이 되고자 하는 꿈이 공유되어야 한다.

그 때야 비로소 위기에도 살아남은 지난 시간이 그냥 견딘 암흑의 시간이 아니라, 위기를 극복해 가는 대처 능력을 키우는 시간이 되는 것이고, 인고의 시간과 힘겨웠던 땀방울이 결실을 맺게 될 것이다. 어둔 밤을 헤치고 묵묵히 견디어 가는 우리 R&D 기업, 그들에게서 우리의 미래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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