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8월 31일

전략적 M&A를 기대하며

작성일 : 2015-08-28

전략적 M&A를 기대하며

지난 김대중 정부 이후, 정부의 바뀜에 따라 우여곡절이 있긴 했지만, 우리 ICT 기업들이 다음 단계로 발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 방안들이 실행되어 왔다. 기존의 상장 제도인 코스피에 벤처기업들을 위한 코스닥 제도가 도입되었고, 최근에는 중소기업들을 위한 코넥스 제도까지 만들어졌다. 이뿐만 아니라, 중소 ICT의 개발 및 제품 상용화를 위한 R&D 지원제도는 갈수록 다양하게 진화되어 가는 모습을 띠고 있다. 이제는 마케팅, 홍보 뿐만 아니라 수출까지도 지원하는 제도가 자리매김 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런 방안들은 정부 주도의 지원 시스템이다. 아무리 정부라 할지라도 먹을 것을 입에 떠 넣어줄 수는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한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직접 뛰어야 하는 기업은 주체적으로 이런 고민에 많은 자원과 시간을 소요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많은 ICT 기업들이 성장 목표를 상장이나 M&A로 설정하고, 비전 세우기, 가치 축적하기, 순익내기 등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러나 까다롭고 제한된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 상장 방식보다 다양한 M&A가 기업의 성장을 위한 돌파구가 되고, 변곡점을 이룰 계기가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기업들에겐 이 M&A 방식이 더 까다롭고 어렵다고 여겨지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왜 양쪽 기업이 결심만 하면 결론을 낼 수 있는 M&A가 더 어렵게 다가오는 것일까? 이는 아마도 주와 종이 확실하지 않은 채 공동 목표를 향해 동등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애매함’에 대한 인내력을 연습하지 못한 우리 유교 문화가 그 한 이유일 듯 싶다. 이 문화는 연관된 기업 간의 관계를 ‘갑’과 ‘을’로 해석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여겨지는 폐단을 낳았다. 10여 년 전의 에피소드다. 창업한지 5년 정도 흘렀을 즈음, 네트워크 스토리지 SW를 개발하여 마케팅과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던 차에 자금과 매출에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그래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되어 서버(server) 생산 및 매출로 상장한 기업과 협력을 매개로 투자와 M&A 논의를 한 적이 있었다. 투자규모를 추정하기 위해 우리 기업에 대한 가치를 따지게 되었고, 양쪽의 이해가 달랐다. 당연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그 기업에서 투자와 M&A를 담당하던 고문이라는 분이 내게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사실 그쪽 기술 별 거 있어요? 우리가 핵심인원 몇 명 월급 잘 쳐서 데려오면 그만인 거 아녀요?’. 그 날로 그 회사와의 관계는 선이 그어져 버렸다. 아마 지금도 이런 인식이 비일비재할 것이다. 그러니 상대방 가치를 잘 인정해 주고 ‘피 같은 내 돈’을 투여하여, 참을성 있게 밝은 미래를 기다리는 동거 생활이 쉬울 리 없는 것이다. 게다가 갑 입장에서는 어떤 무리한 요구도 당연히 을이 감수해야 한다는 오만과 독선이 선입견으로 자리 잡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 사건 이후, 1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투자나 M&A가 기업의 발전에 필수불가결한 요소라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 그래서 투자와 M&A를 매개로 한 협력 관계를 꾸준히 시도하여 왔고, 크지는 않았지만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고 있다. 그렇다면 투자하는 갑의 위치나 투자받는 을의 위치에서 반드시 생각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먼저, 두 기업이 공동 목표를 향해 추구하는 시너지에 대한 명확한 답이 있어야 한다. 그냥 기업을 팔고 터는 경우가 아닌 바에는, 왜 투자하고 합병하고자 하는지, 투자받아 무엇을 이루려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허심탄회하게 설명할 수 있고, 서로 이해하여야 한다. 그래서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공동의 목표를 세울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Win-Win 모델이 그려진다. 이는 장래가 촉망되는 가난한 남자와 돈은 많지만 미래가 두려운 여자와의 만남이나 그 반대 경우의 만남과 같이 혼인을 매개로 미래를 함께 그리고자 하는 결합과 같기 때문이다. 다만 다른 점이라면, 남녀 간의 혼인보다는 감정적 고려가 적다면 적다고나 할까?

또한 상호 신뢰에 의해 협력적으로 공감대를 만들어 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얼마를 들였든, 투자나 M&A는 향후를 위한 것이다. 그런데 신뢰를 바탕으로 서로 돕고 양보해 가며 공감대를 만들어가고, 바라는 미래의 결과를 위해 상대방 능력을 극대화 하도록 하는 환경을 만들어가지 않는다면, 이 ‘동거 생활’은 많은 장벽을 만나면서 ‘회의의 늪’에 빠지기 십상이다. 다행히 좋은 결과로 인해 서로의 목표를 이룰 수 있으면 좋겠지만, 결과가 지체된다던가, 사업이 좋은 방향을 흘러가지 않을 경우 둘의 관계는 갑을 관계로 전락하거나, 칼자루를 휘두르고픈 유혹에 빠지기 쉽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미래의 희망은 반토막 나고 만다.

그리고 누구도 경영권에 매달리지 말아야 한다. 우리 문화에서는 70:30의 비율에서 70을 가진 쪽이 30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전부가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영어식 표현인 ‘All or Nothing’이 너무나도 잘 적용되고 있다. 그래서 기를 쓰고 자기 몫에 매달리고, 경영권에 목매고 있다. 그러나 M&A로 인한 협력은 작은 파이를 큰 파이로 만들어 우리의 몫을 키우자는 것이지, 친구 것을 빼앗자는 것이 아니다. 최종 목표는 우리 몫을 극대화 하는 것이지, 주와 종의 구분이 아니라는 것이다.

공동의 목표를 위해 M&A를 매개로 한 협력 모델 그림은 좋으나, 전통 문화에 의해 실용주의가 밀리는 우리의 환경은 녹록치 않아 보인다. 그러나 지금도 난 전략적 M&A를 꿈꾼다. 나 혼자는 안 되기에, 그리고 우리의 파이를 키우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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