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 14일

분위기에 살고 분위기에 죽는다

작성일 : 2010년 7월

분위기에 살고 분위기에 죽는다

5~6년 전인가 벤쳐 캐피탈에 있는 친구가 우리 회사를 방문한 적이 있다. 작은 규모의 회사인지라 공간도 협소하고, 연구소도 문 하나만 열면 들어갈 수 있기에, 한 10분 둘러보면 회사 분위기를 다 알 수 있는 방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회사를 한번 둘러보고 가더니 ‘형, 회사 분위기가 열심인 건 보이는데, 좀 가라앉아 있는 거 같아’한다. 그 때는 사실 그 말이 좀 애매모호하기도 하고, 잘 이해될 듯 말 듯 했다.

구성원의 절반 넘는 인력이 개발 엔지니어로 구성되어 있고, 어떻게 보면, 시끌시끌한 영업부서나, 요란한 기술지원 부서보다 상대적으로 조용한 엔지니어 그룹의 분위기가 전체를 좌우한다고 하지만, ‘왜일까?’라는 의문으로 떠올랐다.

그러다 세월이 흘러 이런저런 일들을 겪으며 머릿속에 자리 잡는 말은, 역시 ‘IT 벤처는 분위기에 살고 분위기에 죽는다’는 것이다.

이는 어떤 부서이건 간에, 약간의 긴장감과 떨림이 섞여서 들떠있는 구성원들이 있는가? 뭔가는 약간의 다급함으로, 그렇지만 생기있는 확신과 의지로 자신의 일에 몰입하는 팀이 존재하는가? 그리고 그 회사는 항상 뭔가를 시도하고 변화함으로써 다른 회사들에게 이야기거리가 되고 있는가?

그때, 물어보지 못했지만, 아마 회사들을 방문하고 경영진 및 일반 직원들을 만나면서 서류상의 사업계획서가 현실 속에 어떻게 녹아있는가를 판단해야하는 그 친구가 보고싶어 했던 것이 바로 이런 부분이 아니었을까 한다.

작은 규모와 부족한 재원으로, 여타 글로벌을 지향하는 대형 IT기업과 경쟁하는 것은 이성적인 시각으로만 보면 불가능한 것임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지난 2010 월드컵에서 축구실력이 그 나라의 인구 수나 GDP에 꼭 비례하지는 않음을 보았다. 또한 월드컵에서의 우승은 그 나라의 FIFA 랭킹에 비례하지 않기도 함을 보았다. 이를 두고 우리는 공은 둥글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시합 날 전체 선수들의 컨디션과 운, 이기겠다는 의지와 정신력 또한 주변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처럼 우리 IT 벤처 또한 규모가 작다는 것이, 자원이 부족하다는 것이 글로벌 IT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던가 일획을 그을 수 없다는 이유가 되지는 못한다. 물론 대형 IT기업은 가진 것이 많기도 하고, 또한 그 실력과 인적, 물적 자원이 작은 IT 벤처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풍부하다. 하지만, 작은 중기 벤처는 작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특별하고 고유한 특성과, 부족하다고 생각 때문에 하고자 하는 또 다른 열정이 있다. 게다가 세상을 넓고, 기회는 많다. 고객의 요구는 다양하고, 쉬지 않고 변하고 있다. 따라서 크고 작음이 문제가 아니고, 잘 갖추고 있는가 그렇지 못한가가 극복 못할 문제는 아니다. 이 보다는 쉬지 않고 찾고 준비하는 자에겐 항상 기회는 널려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월드컵에서도 작고 열악해 보이는 축구팀이 우승후보를 이길 수 있는 이유가 있었듯이, 중기 IT 벤처도 생존의 이유를 넘어서서 글로벌 IT 대기업을 이길 힘을 축적할 수 있다. 그 중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확실한 힘은 내가 개발한 이 제품을 소비자가 흐믓한 마음으로 편리하게 사용하는 날을 기다리는 희망이다. 그날 ‘그것을 우리가 만들었어!’라고 내 아들에게 자랑하겠다는 희망이다. 그리고 우리보다 더 알려진 글로벌 경쟁 기업을 넘어서서 ‘우리가 해 낼 거야’ 라는 의지가 녹아있는 희망이다. 그래서 약간은 충혈된 눈이지만 입가에는 떨리는 엷은 미소를 지으며, ‘가자, 가자’하면서 이 희망이라는 힘을 내 팀에서 옆 팀으로 서로 서로 전염시키는 분위기가 되면 우린 이길 수 있는 이유의 절반은 만든 것이다.

그리고, ‘이 일은 나만이 할 수 있어, 내가 해내고 말 거야’라는 열정과 투지를 가지고 자신의 일에 미쳐버린 자부심 있는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이 우리 팀, 우리 회사를 주도하고, 그로인해 서로 선의의 경쟁 속에서 자기 발전을 추구하면, 또한 유쾌하게 동료를 인정하고 배려하면서 그 결실이 최종적으로 더불어 영글 수 있도록 하면, 이 또한 희망이라는 힘 위에 축적되는 자부심의 힘이 된다. 처음엔 이 역할이 리더에게서 시작될 수도 있지만, 전체로 자연스레 퍼지는 분위기가 될 때 나머지 부분의 절반의 이길 이유를 만들 수 있다.

그리고 나머지 절반의 절반은 신의 몫이다. 어떤 이는 운이라고도 하고, 어떤 이는 신의 뜻이라고도 하는 그것이다.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부분에 그 나머지의 이길 이유를 둔다. 이 부분들이 잘 어우러져 회사 내에서 결정체를 이룰 때 우린, ‘분위기가 되어 있어’라고 한다. 그때 갖추어진 실력과 경험에 ‘플러스 알파’가 되어, 작지만 강한 역량을 발휘하게 된다.

키 작고 몸이 가날픈 다윗이 기골 장대한 거인 골리앗을 이길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어차피 그 몸집이나, 전투경험, 갖추고 있는 무기로는 비교조차 되지 않던 어린 목동이었지만, 그에겐 세상 공식으로는 계수화 할 수 없는 지수인 용기와 믿음, 그리고 이를 실천으로 옮긴 자신감이 있었다. 이처럼 이 작은 조직에서 옹골차게 뭉쳐진 희망을 가지고, 내가 할 수 있다는 믿음과 열정으로 재미있게 한 판 즐길 수 있다면, 그 분위기를 나를 통해 회사 전체에 퍼질 수 있다면, 어떤 경쟁자가 내게 두려운 존재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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