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 14일

외고, 교대, 의대 그리고 공대

작성일 : 2009년 11월

외고, 교대, 의대 그리고 공대

2주 전, 대학입시를 위한 수능시험이 끝나고, 이제 학부모, 학원, 학생, 교사들간에 입시프로젝트를 위한 컨소시움이 여러 모양으로 결성되어, 시스템 구축이 시작되었다. 여기서 ‘갑’은 학원과 학교이고, ‘을’은 학생이고, 대학이다. 당연히 갑이 선발권을 가진 대학이리라 생각되지만, 또는 지원 당사자인 학생들이라 생각되지만, 우수 인재들을 보유한 학교가, 아니면 학생들의 방향성에 음으로 양으로 지대한 영향력을 끼치는 학원이 갑이다. 학생들도 이 프로젝트에서는 을 또는 하나의 도구인 장비가 되고 있을 뿐이다.

2년 전까지만 해도 외국어고등학교들이 전국의 어린 인재들을 싹쓸이해가서 새로운 일류 고등학교를 만들어가고 있을 때, 조용히 자식들을 어떻게 하면 외고로 보낼 수 있을까 하던 보수그룹이 이제는 외고가 우수학생만 독점적으로 선발해 간다고 하면서 외고 폐지안을 만들며 난리다. 이전에 진보그룹에서 지적하던 소리를 투쟁 수단으로만 해석하다가, 이젠 친 서민정책의 마인드(?)로 돌변하였다. 혼란스럽다. 부실한 재단재정을 가지고 어떻게 용하게도 학교 이름 바꾸면서 외고로 탈바꿈하여, 우수 인재들 뽑아 곶감 빼먹는 재미 누리다가, 믿던 구석에서 없애겠다고 하니, 백년대계 운운하며 기득권 방어하느라 난리다. 볼썽사납다.

어느 인문계 고등학교 3학년 반에서 top 성적의 학생이 평생직장을 위해 경기도에 있는 교대에 수시 지원하여 합격했다고 한다. 게다가 상위권 많은 학생들의 높은 우선순위가 교대라고도 한다. 우리나라 최고학부인 S대 건축과 출신으로 건축사 하던 이가, 건축사 힘들다고 초등학교 교사가 되기 위해 다시 시험을 치러 S교대에 다닌다고 한다. 초등학교 입학정원은 줄어들고 있는데, 교대입학 선호도는 급격히 늘어나고 있고, 입시 커트라인은 계속 올라가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이과에서 최고 성적학생들의 1지망은 의대이다. 그런데 지난 수 십 년을 보면, 전반적으로 의대가 최고 성적학생들의 선호도 1위임에는 틀림없으나, 순수 과학자라고 할 수 있는 물리학도, 화학도를 꿈꾸는 비율이 높은 세대도 있었고, IT산업이 대두됨에 따라 전자공학이나 컴퓨터 공학이 높았던 세대, 또는 생명공학이 높은 세대들이 의대에 대한 일방적인 선호도를 어느 정도 순화시켜왔다. 그런데 요즈음은 일방적으로 의대에 집중되어 그 경쟁률이 가히 상상을 초월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사족을 붙인다면 한의대가 의대에서도 특이하게 높은 선호도 유형을 보여주고 있다.

많은 인구(?) 외에는 가지고 있는 자연 자원이나, 풍부한 외환자금, 기술이 부족했던 나라에서 섬유, 신발제품으로 시작하여 이제는 IT, 자동차, 선박 제품들이 전체 수출액의 주요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에 반해 공과대학이나 이과대학의 인기는 날로 시들해져 가고 있다. 고등학교에서 문과와 이과의 지원 비율이 역전되어 6:4, 7:3이 된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닐진데, 대학에서 이공계열 대학 특히 공대에 대한 선호도는 바닥을 기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엔지니어라는 직종에 대한 젊은이들의 매력이 낮아지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리라.

그런데 이러한 현재의 입시현상에 이르게 된 배경 이유가 한번 취업하면 안정적으로 평생 직업으로 가지기 어렵다던가, 일하는 것에 비해 연봉이 높지 않다던가 하는 이유들과 더불어, 하나의 커다란 이유가 ‘계속 고달프게 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야근이나 주말에도 출근해야 해서, 자신의 개인취미나 생활에 대한 애착이 강해지고 있는 젊은 세대에 개인적인 부분의 많은 희생을 요구 한다고 한다. 또한 그에 비해 연봉이나 대우는 생각보다 높아지지 않는다는 인식이 있다.

이는 전향적으로 생각하면, 직장을 확장된 가족 공동체 개념으로 보고 하나의 목표를 향해 가기위해 구성원 개개인의 취향이나 시대흐름을 반영하는데 미흡했던 ‘기술직종 기업’에 고민해야 하는 과제를 던져준다. 문과계열의 직종에 비해, 기술기업의 상황이 그렇게 열악하고, 어려운지 따져보고 싶은 마음이 있긴 하지만, 옳고 그름의 문제를 떠나서 어떻게든 젊은 우수인력을 확보해야 하는 기술기업이 대학교 입시현상을 비판적으로만 보고, 한숨짓고 있기에는 우리 현실이 그리 녹록하지 않다. 그래서 외국계 인력들로 채우거나 회사를 국외로 옮기는 등의 피하는 방식을 취하기도 하지만, 이러한 상황이 현실이라면, 적극적으로 마주치며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는 지혜로운 방법을 강구해야 할 때다. 조금 늦었을지도 모르지만, 포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시도해야 한다.

다만 삶이라는 것이 어떤 일을 하느냐 보다, 어떻게 사느냐 하는 것이 중요한데, 많은 기업인들이나 식자들이 염려하듯이, 치열한 자기혁신을 귀찮아하고,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자기 목표에 인생을 걸기 보다는 남들에게 보이기 좋은 모습에 더 높은 우선순위를 두는 것이 현재 젊은이들의 바램이라면 우리 앞날은 그리 밝지 않다. 이렇게 비관적이지 않더라도, 이 작은 나라에서, 높은 인구 집적도의 나라에서, 신생아 출생율은 줄어들고 노인비율은 높아지는 이 현상 속에서, 산업의 생산 가치를 높이는데 필수불가결한 ‘기술인력 자원’의 선호도가 낮아지는 현상은 미래를 염려케 한다. 아니길 바라지만, 그 이유가 고달프케 일해야 함을 기피하는 것이라면, 우리 미래는 없다.

유진오선생의 일기 중, ‘오늘도 책을 읽다 보니, 새벽닭이 우는 소리가 들린다…’라는 글귀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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