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 14일

2010 IT 중기에 봄은 있었는가?

작성일 : 2010년 5월

2010 IT 중기에 봄은 있었는가?

몇 주 전, 4월 중순까지만 하더라도 절기상으로만 봄이지, 눈발도 날리고 영하에 가까운 날씨가 옷깃을 다시금 여미게 만드는 시간들 이었는데, 어느새 인가 갑자기 20도 후반을 오르내리며 반팔차림이 더 편한 느낌을 받게 하는 산야의 풍경이 되었다. 그래서 진달래 핀지 몇 주 만에 철쭉이 풍성하다. 누구 말대로 한반도가 아열대기후로 변하며, 봄 없이 겨울에서 곧바로 뜨거운 여름으로 내 달리는 건 아닌가 한다.

작년 금융위기의 여파로 많은 IT중기들이 몸살을 겪으면서, 얼마만큼은 무너지고, 얼마만큼은 홍역을 치른 후, 쇠약해진 체력에 힘겨워 하고 있는데, S전자는 최대흑자를 냈느니, L전자는 시장전망을 넘어서는 실적이니, 아이폰 덕을 본 주식회사 K는 IT 대기업군의 다크호스로 떠오른다느니 하면서 난리다. 금융위기가 위기가 아닌 기회였고, 이를 잘 극복한 한국 대표 IT기업들의 위상이다. 외국 언론에서도 경탄하는 한국의 대표기업들의 모습에 뿌듯하고, 자랑스러운 것이 분명하기는 한데, 뭔가 아쉬움이 큰 것은 한 축으로만 경도된 우리 IT기업 현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겨울을 지내면서, 추위를 잘 견디고 봄을 맞이하는 우리네 IT 대기업이 우리나라의 한 밝은 단면을 보여주고 있지만, 다른 편에 서 있는 한국 IT 중기는 치열한 생존투쟁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예산이 줄어들고, 실패가 민감해지는 추운 겨울엔 안정성과 최고의 성능, 그리고 높은 브랜드 이름이 보장된 외산, 또는 대기업 제품을 선호하는 공공 수요자의 ‘진가’가 더욱 빛을 발하여, IT 중기에겐 ‘낙타로 하여금 바늘구멍 지나가기’의 기적을 요구한다. 이에 많은 IT 중기 시스템 제조업체 들이 지난 해 무너졌고, IT 솔루션 중기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게다가 차세대 성장동력, 신성장 개발 등을 부르짖으며 지원되는 정부출연 IT 중기 지원사업에서 1년에 2~4억 지원해주면서, ‘마이크로소프트나 애플과의 차별성 있는 기술이 뭐냐’고 다그치는 교수 심의위원님들의 질문에 우리 IT 중기에겐 봄이 오기 힘든 현실이 상존함을 체념케 한다. 그나마 커다란 기획과제엔 대기업이 포함 되어야만 구성되는 판에서, 중기 IT에게 똑같은 잣대를 들이대는 것인지, 과도한 기대감인지, 아니면 현실을 이해하지 못한 채, 탁상공론하는 것인지 구분이 가지 않기 때문이다. 차라리 ‘마이크로소프트를 피해갈 수 있는 틈새가 가능한 지, 그 규모는 얼마라고 추정하는지’라고 물었으면 이렇게 실망감은 크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는 금융당국 주도로 중소기업에 대해서도 구조조정의 칼을 빼든다고 한다. 아마 마음만 먹는다면 그 칼날을 피해나갈 수 있는 우리나라내의 IT중기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마음을 먹고, 얼마만큼을 손대느냐 인데, 예측이 안 된다. 그 정도가 정부에 따라 다르고, 정책 담당자의 ‘취향’에 따라 달랐기에, 예측할 수 없는 정책변화를 항상 염두해 두어야 하는 우리 IT 중기는 우주소년 아톰이나 로봇 태권브이가 되어야 한다.

이러한 현실이 존재하는 한, 올해 날씨처럼 우리 IT중기는 겨울 이후 봄을 맞이하지도 못한 채, 봄 건너뛰고 뜨거운 양철지붕 위에서 성큼 다가온 여름을 맞이해야만 하는 상황이 되고 있다. 겨울을 견뎌내기도 힘들지만, 추운 겨울이후 뜨거운 여름을 맞이하기 위해선 흔히 ‘Worming Up’ 기간이 필요한데, 우리 IT 중기에겐 이런 시간이 허용되지 않고 있는 게, 밝은 모습의 IT대기업 반대편에 현존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역설적일지 모르지만 우리 IT 중기는 중기로서 현재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그 가치가 있다. MS 윈도의 독과점에 대응할 어느 IT 대기업도 존재하지 못하기에, MS가 가격을 마음대로 올리면서도 서비스의 오만함을 부리는데, 이를 어느 IT 대기업도 견제하지 못하고 있고,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애플 아이폰의 가격, 웹 컨텐츠 서비스 횡포를 어느 IT 대기업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IT 대기업이 아니면서도, 안철수연구소가 있기에 공룡기업 시만텍이 국내 보안시장에서 가격과 서비스에서 횡포를 부리지 못하고 있고, 한컴이 있기에 MS Word가 함부로 오만함을 부리지 못하고 있다. 이 이외에도 DB시장에서, 셋톱박스 시장에서, 백업시장에서, 스토리지 시장에서 우리 살아남은 많은 IT중기들은 경쟁자 역할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백보 양보해도 최소한 국내시장을 지키는 견제역할을 하고 있다. 아니 이러다가 흥망성쇠의 과정에서 쓰러진다고 해도, 거기서 축적된 기술진들이 살아 존재하는 한, 그들은 어느 IT 중기에서도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에, 추운 겨울을 견디어 냈음에도 따스한 봄 없이, 뜨거운 여름을 맞이하는 우리 IT 중기는 인정받아야 한다. 그리고 한 가지 우리 정책 담당자, IT 중기를 파트너로 삼는다는 대기업에 과분한 바램이 있다면, (물론 이 바램이 허공으로 흩어진다고 해도 겨울을 이겨내었듯이, 그 여름 또한 홀로 지켜내긴 하겠지만) 정책적 결정에 따른 시스템 변화에 대응력이 약한 IT 중기를 고려하는 당국자가, 파트너가 되기를 고민해 달라는 것이다. 단순하지만, 항상 가장 낮은 우선순위인 이 원칙이 우리정책 담당자에겐 항상 아킬레스건이 되어 왔다. 그러나 MS나 애플도 처음에는 IT 중기에서 시작하였고, 그들을 위한 시스템적인 고려가 있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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