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 14일

IT 기술 선진국, IT 정책 후진국

작성일 : 2008년 12월

IT 기술 선진국, IT 정책 후진국

신정부가 들어선 이후, IT관련 추진 업무 중 가장 먼저 발 빠르게 움직여 개가를 이룬 성과(?)가 정보통신부의 해체다. 그 이후 지식경제부, 방송통신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 그리고 행자부에 이르기까지 여러 부서에 그 담당업무와 정책 추진을 분산하였다. 이전의 정부에서 ‘IT 대한민국’을 외치면서 산자부를 비롯한 여타 부서들과 중복성 및 권한이양 문제를 야기하면서까지 정보통신부를 만들 때 보다, 더 빠른 결단력을 가지고 ‘작은 정부구축’의 일환으로 과감하게 해체하였다. 그런데 현재 금융대란을 겪으면서 이 위기를 타개하려는 미국의 대응을 보며, 우리 IT정책의 현주소를 다시금 생각해 본다.

이래저래 후발 개도국이 선진대국을 따라가기 위해선 어떻게든 그들보다 적게 시행착오를 거쳐야 하고, 또한 시장과 기술변화에 빠른 속도로 대처하면서 집중된 추진력을 가지고 달려가야 한다. 특히 IT분야에선 발 빠른 중단기 계획과 더불어, 미래를 보는 장기계획을 수립함에 있어 혜안을 가진 정책입안 엘리트 그룹이 필요하다.

다행히도 지난 20여 년 간 가전 및 반도체, 통신분야로부터 시작된 수출중심산업의 육성과 기술개발을 바탕으로 우리는 그 가능성을 보기 시작하였고, 컴퓨터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분야에서의 성과를 통해 세계시장에서 한국 IT기술 및 제품이 역동적인 가능성을 가지고 있음을 보였으며, 품질 측면에서도 우수성을 뽐내는데 부족함이 없음을 증명하였다. 그리고 최근 인터넷 및 모바일 기술에 이르러서는 선도자로서의 역할까지 보이고 있다. IT선진국으로 가는 우리 기술력과 산업체의 개가다.

이는 물론 지독한 교육열의 결과로 탄탄하게 교육받은 인재들이 밑바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며, 새로움에 대한 강한 열망을 가진 민족성이 근간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고, 또한 보수적이든 진보적이든 그 색깔에 관계없이 기술대국에 대한 강한 집착을 가진 기업의 경영자를 비롯한 정부의 정책결정자들의 지도력이 힘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 IT산업은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미국 금융위기로부터 시작된 세계 경제위기에서 자유롭지 못한 현실에서 우리 IT기업들이 영향을 받고 있다. 수출중심의 산업구조, 기초부품의 높은 수입 의존도, 그리고 빠른 속도가 요구되는 분야에 집중된 기술구성 등이 현재 우리 IT산업의 특성인 바, 한국 IT 기업들은 항상 살얼음판을 걷는 치열한 경쟁의 긴장감을 벗어날 수 없다.

이 현실 속에서 기술/자본측면에서 집약된 투자가 주변의 정치적/경제적 상황 변화에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하는데, 우린 정치적 상황변화에 의해 정통부 해체라는 정책입안그룹의 뿌리가 재조정되었고, 경제적 상황변화에 의해 세계경제 위기에 따른 IT산업이 투자/개발/매출 부분이 급격히 조정 받고 있다.

이때, 모든 부분에서 선진대국이라고 여겨졌던 미국은 여러 분야에서 세계 각국으로부터 치열한 도전을 받아, 가전에서부터 시작하여, 급기야는 모바일에 이르기 까지 적지 않은 분야에서 선두의 자리를 내 주었다. 이러한 위기상황을 돌파하고자, 오바마 신정부는 국가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임명하고, 초고속 인프라구축을 정부가 주도하며, 오픈 네트워크를 추진하겠다는 등 우리보다 더 진보적인 정책을 입안하고 있다. 아직 그 실행결과를 봐야 한다고는 하지만, CEO 출신 대통령이 취임한 우리보다 더 CEO적인 발상이다. 이는 IT 정책측면에서 이전에 방임적인 자유주의 정책구조로 인해, 집중화된 추진력과 지속적인 정부의 역할 측면에서 부족했던 점을 문제점으로 느끼게 되면서, 세계 경제위기와 정권교체를 계기로 삼아 정부 주도로 변화의 물꼬를 트고자 하는 것이다.

이때에 우리의 IT산업은 기술 및 정책추진 측면에서 미국에 위협적인 존재로 인식되어 오바마 신정부가 정책수립 과정에 벤치마킹 대상이었다는 후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경제위기를 정점으로 하는 변곡점 상에서 우리의 ‘New IT Plan’은 방향성을 잃고 있다. 철저하게 숙고된 IT 정책이 수립되고, 전략적이고 지속적인 추진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분산된 정책수립 그룹들의 정책 혼선으로 인해 신정부가 시작된 지 1여 년이 다 가는 시점에서도 아직 IT산업방향을 지칭할 ‘IT정책방향의 화두’가 없다. 그 사이에 ‘위피’ 의무화 폐지, S/W 지식산업체의 박탈감, 부서 간 기금사용 및 주도권 측면에서의 혼선 등 붉어지는 소리가 요란하다.

임진왜란 이후 처음으로 일본을 위협하는 우위분야가 IT산업에서 나오고 있다는 말도 있어 좋았지만, 현재 한국 IT기업들은 절대절명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기술 경쟁력이나 가격경쟁력 또는 마케팅 경쟁력에서의 밀리는 것이 문제라면 넋두리나 하겠지만, ‘변경’된 IT정책 측면에서 혼선이나 방향성 미흡이 이유라면, 그래서 대응능력이 문제가 된 것이라면 우린 다시금 세종 이후 다시 한 번 만날까 하는 선진국으로의 도약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것이다. 그 사이 중국이 벌써 우리를 넘어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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